외롭지 않은 삶
2009/12/05 00:20
어느 햇살 좋은 오후였습니다. 온도 낮은 겨울바람에 풀잎들이 춤을 추는 초원 한가운데에 큰 느티나무 아래 그늘에 청년이 드리누워 그림을 그리고 있었습니다. 지나가던 집배원이 타고 있던 자전거를 세우고 청년에게 다가가 물었습니다.
"자네는 여기서 무엇을 하는가?"
"미래를 그리고 있어요."
청년이 대답하자, 집배원은 턱을 내밀고 눈을 깔아 청년이 그리는 것을 보았습니다. 스케치북은 파란색의 하늘에 뭉게구름을 그려놓은 것이 다였습니다. 집배원은 다시 물었습니다.
"왜 하늘이 미래이지?"
청년은 한쪽 눈을 찡그린 채로 하늘을 보며 대답했습니다.
"그게 꿈이거든요."
집배원은 내려앉은 모자를 추켜올리며 안타까운 표정을 짓고는 자전거로 뒤돌아 갑니다. 그는 자전거 안장에 앉으며 비아냥 섞인 말투로 청년에게 말했습니다.
"자넨 시간을 낭비하는군. 남들처럼 일해서 돈도 벌고 가정도 가져야 하지 않나. 그게 미래인거야."
...
겨울하늘 답지 않게 높은 하늘에 별빛이 찬란하게 빛나는 밤이었습니다. 앙상한 가지만 뻗은 늙은 느티나무 아래에 청년이 앉아서 노래를 부르고 있었습니다. 배달을 끝나고 돌아가던 집배원이 자전거를 멈춰 세우고 청년에게 다가갑니다. 이해할 수 없다는 듯 고개를 가로 지으며 청년에게 묻습니다.
"자네는 여태 여기서 무엇을 했는가?"
청년은 해맑게 웃으며 대답합니다.
"옛날 생각을 했어요."
집배원은 한심하다는 듯 허리에 두 손을 얹히고 청년에게 말합니다.
"자네는 배도 고프지 않은가? 일을 해서 돈을 벌어야 맛난 것을 먹을 수 있지 않은가."
"저는 배 안 고파요."
집배원은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머리를 끍적입니다.
청년은 무릎 위로 팔을 올리며 집배원에게 말합니다.
"전 꿈을 먹거든요. 그러다가 배가 고프면 추억을 되씹어 먹으면 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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