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대 2층
2010/03/24 13:20
유난히 약속을 잡기가 귀찮을 때가 있다. 비는 오는 듯 마는 듯 내 마음처럼 성의없게 내리고, 저녁때 먹은 국수 면발이 대장에서 서로 엉켜 싸우기나 한 듯 속 안이 시끄러운 것이 여간 움직이기 싫은 모양이다. 하지만, 미루고 미룬 덕택에 이미 목에는 단단한 고삐가 죄어져 있었다. 휴대전화기로 새어나오는 약속 시간을 지키라는 당부 소리가 마치 확성기에다 대고 소리치는 듯 큼직 막하게 들려온다.

약속의 본 목적은 친구 녀석이 홍대에 술집을 개업했으니 얼굴을 비추자는 건데, 이 축하할 일이 오늘따라 게으른 며느리 제사상 치르는 듯 미리 온몸에 힘이 빠져든다. 어쩌겠는가. 경조사에 빠져서 되겠느냐며 동방예의를 상기하며 힘을 내고 무릎팍에 힘을 주어 일어선다.

동행하는 친구가 이미 합정역 앞에서 나를 픽업하기 위해 당당히 불법정차를 한 차에 오르니 시어머니 잔소리 같은 속사포를 쏘아댄다. 끊이질 않는 잔소리를 음악 삼아 도착한 홍대 2층, 하얀색 격자로 된 빈지문을 밀어 들어가면 일관성 없는 각자 생김새의 테이블과 의자들이 우리를 맞이한다. 빈티지 술집의 뉘앙스를 맘껏 풍기며 자유로운 영혼을 술에 적시기엔 이미 충분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이건 뭐, 한국의 모든 소주를 집결시켜놓은 매뉴판에서 제주산 한라산물 순한소주(전혀 순하진 않음)과 불고기 세트를 골라 시키고는 떠난 동행한 친구는 남편에게 걸려 온 전화를 받느라 30분 넘게 자리를 비우니...이것 참.
혼자서 술 한잔 꿀꺽.
빈티지 술집 마담이 되어버린 친구 녀석과 짧은 대화를 안주 삼아 또 한잔 꿀꺽.
맞은편 음악하는 친구들의 노랫 소리에 맞춰 또 한잔 꿀꺽.
오늘 따라 술이 더 쓰디 쓰군.

살쩠나?? 얼굴이 좀 통통해진것 같수....
푸하하하...
ㅡ,.ㅡa 좀 쪘네...
봄이닷!
잘지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