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10'에 해당되는 글 18건

  1. 2010/10/31 Happy Halloween!!!
  2. 2010/10/27 신고서점
  3. 2010/10/23 토요일 오후의 선곡표
  4. 2010/10/20 In 2hours
  5. 2010/10/19 강남 나들이
  6. 2010/10/17 Done?
  7. 2010/10/16 금요일 놔잇
  8. 2010/10/14 홈키파
  9. 2010/10/13 한 낮의 제기동 (2)
  10. 2010/10/13 The Leatherman-Like Messograf Multi-pen
  11. 2010/10/12 Electronic City
  12. 2010/10/11 화랑대역
  13. 2010/10/08 별걸 다
  14. 2010/10/06 If I had the wings.
  15. 2010/10/05 용산
  16. 2010/10/03 세탁
  17. 2010/10/02 2·28기념중앙공원
  18. 2010/10/01 청년의 꿈 (3)

Happy Halloween!!!

2010/10/31 0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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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이 할로윈데이였더냐?

해피 할로윈하여~~~





2010/10/31 00:27 2010/10/31 00:27

신고서점

2010/10/27 13:02 Tags » ,
비밀의 서재 : 신고서점


한낮의 햇살을 받으며 나의 키만큼 큰 유리문에 기대어 책을 읽는 일요일, 무거운 눈꺼풀을 들어 올리려고 애쓰고 있다. 무슨 교과서를 읽는 것도 아닌데 졸리기는 미분 방정식 풀이를 보고 있는 것만 같아. 조금만 더 시간을 지체하면 나의 등은 분명히 방바닥에 붙을 것 같아 주섬주섬 옷을 챙겨입고 집을 나선다.

'어디로 갈까나.'

시선은 발끝에 향하고 큰길을 따라 무작정 걷는다. 오르막길을 오르고 내리막길을 내려 다시 오르막길을 오르기를 몇 번 했을까. 빨간 신호에 걸린 자동차처럼 걸음이 천천히 멈춰 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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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대 앞, 이마트 이문점 맞은편, 헌책방치고는 꽤나 큰 신고서점 앞에 서 있다. <페이퍼>에서 본적이 있었다. 그것도 한 6년 정도 전에 'Book'을 주제로 발행한 그 잡지 책에 페이퍼 식구들이 이 서점을 습격한 만행을 기술했었다. 참, 신기하지. 그때 봤던 곳이 눈앞에 있고 짧지 않은 세월이 흘렀음에도 그대로 그 모습을 하고 있다니 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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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선 서점 안은 한적하기만 하다. 간간히 만나는 손님들은 좁은 통로를 막고선 책을 읽고 있다. 괜시래 방해할까 봐서 빙 둘러 구경에 나선다. 책 모서리가 헤지고 책 끝이 갈색으로 바랜 책들로 책장을 가득 채우고 있다. 이 많은 책들이 어디서 나올까 궁금했었는데, 개인적으로 직접 들고 오는 경우는 10% 안팎이고, 출판사의 재고라든지 도매상이나 중간상인을 통해 들여오는 게 대부분이란다. 그래도 이렇게 헌책들이 나오는 것은 꾸준히 새책들이 나오기 때문이겠지. 책의 가격이 책정되는 기준이 내용도 내용이거니와 책의 발행연도와 상태가 중요하단다. 어딜 가나 젊고 이쁜 것들만 사랑받는 세상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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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층으로 향하는 회전형 계단을 올라가면 진열장을 가득 채운 LP판이 제일 먼저 눈에 띈다. 신고서점의 2층은 독특한 구조로 되어 있다. 곳곳이 숨겨진 방처럼 꾸며져 있는데, 화장실은 양쪽으로 문이 있어서 옥상으로 나가는 통로가 되기도 하고 비상구는 옆집 지붕으로 향하는 출구이다. 그리고 그 옆에 있는 책장을 당기면 첩보영화에서나 볼 성싶은 비밀 서재 같은 공간이 나온다. 책장에 비워진 공간에 작은 창 안으로 봐야지만 그곳의 존재를 확인할 수 있다.

신고서점은 참 특색있는 공간이다. 굳이 이름을 붙이자면, '비밀의 서재'가 좋겠다. 미로 같은 공간과 그 벽면을 가득 채운 과거의 향기를 풍기는 책들, 그리고 아직 사라지기엔 너무나 아름다운 이야기들이 넘쳐난다. 여기가 이제 심심할 때마다 나와 함께 시간을 보낼 아지트가 될 것만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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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고서점 : http://www.singoro.com/

adress    ㅣ 서울 동대문구 이문1동 257-685
tel           ㅣ02. 960. 6241.

2010/10/27 13:02 2010/10/27 13:02

토요일 오후의 선곡표

2010/10/23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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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면
 
1. 가을방학 - 취미는 사랑

 2. 노 리플라이 - 낡은 배낭을 메고

 3. 이혜민 - Always you

 4. 소울 스테디 락커스 - 봄비 내리면

 5. 라즈베리필드 - 토요일 오후에

 6. 유니크 - 키스하고 안아주네

 7. 우쿨렐레 피크닉 - 작은 고양이

 8. 뉴뉴 - 그 여름 가장 조용한 공원

 9. 로빈이 토끼란 사실을 알고 있었나 - 어떡해

 10. 좋아서 하는 밴드 - 딸꾹질

 11. 언니네 이발관 - 산들산들

 Hidden Track. 한희정 - 멜로디로 남아


B면

누군가에 둥지를 틀어 노래를 부르기엔 로또 일등당첨과 같은 확률이니, 음악이나 틀고, 주말의 여유로운 공기의 냄새나 맡으며 책이나 읽어 볼까나.

2010/10/23 15:52 2010/10/23 15:52

In 2hours

2010/10/20 2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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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서울에서 출발한지 2시간 후, 동성로 어느 카페에서 클라이언트를 만나 미팅을 한다.
미팅이 끝이나고 혼자 남은 시내에서 방황하기를 3시간 남짓, 친구를 만나 술에 젖어든다.
아지트까지 온 마지막 술자리에서 마치 자기 이름들을 적어 놓은듯 우린 똑같은 자리에 앉아 늘 똑같은 주제를 늘어놓는다.

"뭐, 재미있는거 없을까?"

대구에서 출발한지 2시간 후, 서울역에 아무도 반기는 사람 없는 개찰구를 통해 나선다.
지하철을 타서 가장자리에 앉아 책을 읽는데 옆에 앉은 사람이 나를 밀어 재낀다.
술을 좀 드셨는지 얼굴에 홍기를 가득 띈채 고개를 푹 숙인 40대 중반의 남자이다. 고개를 나의 어깨까지 기댔다가 어깨를 살짝 튕기니 곧바로 고개를 쳐 든다.

'그래, 어쩌라구?'

2.
서울역에서 출발한지 2시간 후, 집 방 안에 누워서 티비 채널만 바꾸고 있다.
아직 물기가 다 마르지 않은 머리카락이 배게를 젖시고 있다. '이대로 잠이 들면 구름 배게를 하고 자는 기분이 들꺼야.' 그런 생각에 눈을 감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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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0/20 23:34 2010/10/20 23:34

강남 나들이

2010/10/19 1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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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홀해진 인간관계를 말해주듯 강남에 나갈 일이 좀처럼 없었다. 일인분의 식사와 시간에 익숙할 대로 익숙해져 어떤 약속이 오히려 부담스럽기까지 했었다. 그런 내가 이 황금 같은 휴일에 창문을 열어 재끼고 청소기를 이리저리 끌고 다니며 청소하는 게 이상할리 없다. 청소기 소리에 진동소리는 거의 묻혔지만 휴대전화기의 화면이 춤을 추기 시작한다. 전화기를 들어 귀에 대자 고향 친구인 송 화백의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나 지금 서울 올라가는데 조금 있다 볼래?"
"어디로 가?"
"강남역 근처라던데, 나중에 주소 보낼게."

반가움에 청소하는 속도에 가속도가 붙는다. 대충 정리하고 친구가 벽화작업을 하고 있는 곳으로 찾아간다. 실내 인테리어를 거의 마친 입구 쪽에서 붓 대신 담배를 들고 있는 친구가 나를 반긴다. 그리고 하나둘씩 모이는 친구들, 남자 4명이서 카페에 앉아서 수다를 떨고있다. 참 신기하지. 몇 시간 전까지만 해도 혼자가 제일 편하고 누군가와의 어떠한 공유도 원하지 않았던 나였다. 그런 내가 이 친구들과 함께 수다를 떨고 있으니 마치 강남 그곳이, 따뜻한 고향의 한 곳과 같이 푸근하게 느껴진다.

어디에 있느냐가 아니라 누구와 있느냐가 사람을 이렇게까지 바꿀 줄이야.







2010/10/19 18:59 2010/10/19 18:59

Done?

2010/10/17 0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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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군 : "니, 다했나?"
B군 : "아니."


1시간 후.
A군 : "다해가나?"
B군 : "아니, 아직."

30분 후.
A군 : "다했나?"
B군 : "아니."

10분 후.
A군 : "멀었나?"
B군 : "응. 아직."
A군 : "고마, 내일 해라. 술이나 마시러 가자!"


학교에 제출해야 한다고, 벌써 2주나 밀렸다고, 그래서 옆에서 좀 해댔던 잔소리.
며칠을 이런 식의 대화가 오고 가니, 이 친구의 귀에 딱지가 앉은 모양이다. 카페에서 같이 커피를 마시다가 깨작깨작 낙서한 걸 보니, 내가 어지간히도 괴롭혔나 보다. 훗.


2010/10/17 00:25 2010/10/17 00:25

금요일 놔잇

2010/10/16 0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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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_저녁 630분.

사무실에서 나서자 가을 찬바람이 부드럽게 불어왔다. 아니, 매섭게 불어댔다. 몸이 저절로 움츠러든다. 날씨가 꽤 쌀쌀해졌다. 가디건 하나로 막기에는 이 가을바람의 온도는 낮고 매섭기만 하다. 저항할 생각도 없는 발걸음은 갈림길 한가운데에 멈춰 서 있다.

'어디로 갈까?'

어떻게 살았길래, 금요일 저녁에 약속 하나 없는 꼴이 되었구나. 초대하는 이, 초대할 일이 없으니 이참에 주부 모드로 돌입하여 장이나 볼까 싶다. 냉장고에 채워 넣어야 하는 물품들. 재래시장에서 반찬거리나 살까. 아니, 그전에 요즘 폭독으로 읽을거리가 떨어졌다.

'그래, 청계천 헌책방부터 들리자.'

빈약한 보따리가 말해주듯 땡기는 읽을거리가 없었다. 예전에 찜해뒀던 책들(큰 책들 사이에 숨겨 뒀던)은 이미 누군가에 팔려 보이질 않았다. 새로 들어온 책들은 콜레스테롤로 가득 찬 인스턴트 실용도서들 분이다. 책꽂이에 널린 책들을 검지로 먼지를 닦듯 주욱 긋다가 거친 촉감 때문에 멈췄다.
징거미라...순간 오늘 아침 지하철에서 본 꼽등이가 생각이났다. 지하철 플랫폼 한가운데 떡 하니 서 있었는데, 아무도 신경 쓰지 않고 지나쳤다. 책을 펼치고 훝어보니 작가의 어릴적 꼬부라진 등을 가진 친구와 있었던 이야기를 하는 듯 하다. 작가의 글 맛도 정갈하군. 바로 옆구리 책을 끼워 넣고 둘러본다.

몇십 분이 흘렀을까. 영화로 재미있게 봤었던 <세상의 줌심에서 사랑을 외치다>를 골랐을 뿐, 영 땡기는 읽을거리가 없다.


잠깐! 지금은 슈스케. 아, 금요일 밤에는 슈스케를 봐야지. 책 이야기는 무슨.










-------------------------슈스케2 시청 후...

티비를 켜자마자 허각의 합격. 그 사회자의 질질끄는 진행에 속은 타들어가고, 결국 재인이가 떨어졌다. 나의 문자 한 통의 부재가 이렇게 큰 일을 벌였나, 죄책감도 들고. 괜찮아. 넌 충분했어. 잘했어!!!

-------------------------다시 일과를 정리하자면...

에잇, 글 쓸 맛이 안나는군. 아, 반전이군. 예상치 못한 대반전이야. 방송때 무슨 실수를 저질렀나? 재인이가 떨어지다니... 머리 속이 복잡하군.

'다 때려치우고, 재방이라도 봐야겠어.'


 

 

2010/10/16 00:35 2010/10/16 00:35

홈키파

2010/10/14 0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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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프레이형 살충제도 있는데도 굳이 손뼉을 쳐서 잡아보겠다고 안간힘을 쓴다. 냄새도 없고 대충 어림잡아 뿌려도 사정권에 들어오는데도 불구하고 손뼉을 치고 있다.

두 손을 벌려 계절 감각 없는 모기 한 마리를 쫓아다닌다. 그것이 내 피를 뽑아 먹었던 용의자라면 더더욱 눈에 쌍심지를 켜고 쫓는다.
짝! '어이쿠, 놓쳤다.' 벌겋게 달아오른 손바닥을 다시 벌려 심기일전해서 다시 쫓는다. 짝!, '이런, 제길.' 짝!, '요고봐라.' 짝!, '에잇.'...

엉덩이를 살랑살랑 흔들며 유유히 도망 다니는 저 모기처럼 이 세상에는 눈 앞에 아련거려도 잡을 수 없는 것들로 넘쳐 흐른다. 그냥 전화 걸어서 안부만 물어봐도 될 것을 그저 옛 추억들만 꺼내 들쑤시고 앉아 있거나, 이랬으면 저랬으면 하면서 후회하며 지나간-지금은 기회였다고 생각하는-것들을 아쉬워하고 있다. 지금 TV에서는 미호가 대웅이에게로 돌아왔다. 대웅이는 기다렸고, 미호는 돌아왔다. 하지만 TV밖에선 돌아오지 않는 것들로 넘쳐난다. 저 루팡같은 모기가 내 주위에서 알짱대다가 내 심기를 더 돋구려고 눈에 더 잘 띄는 하얀 머그컵 위에 안착한다.

찌히익~!
홈키파를 뿌려댔다. 몇 초간인지 모르나 꾸욱 눌러댔다. 내 커피 위로 '냄새 없는 홈키파'가 토핑되었다.
음...  
                                               제길! 


Song : 에피톤 프로젝트 - 그대는 어디에 (Feat. 한희정)


2010/10/14 01:56 2010/10/14 01:56

한 낮의 제기동

2010/10/13 14:20 Tags »
가을 낮의 제기동 그 골목, 그 하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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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거기가 정확하게 어디죠?"
    누나의 부탁으로 한복공장에 내부 촬영차 도착한 곳.
    아이보리색 햇살이 폭포처럼 떨어지는 낮.
    어느 제기동의 이름 모르는 동네에 있다.

2. 불과 10분 만에 볼일을 보고 집으로 향하는 길.
   이대로 버스를 타면 환승도 될 테야.
   허나 발걸음은 어느 골목길을 향해 걷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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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인간이 하늘에다 쳐 놓은 거미줄.
   사람의 말을 듣는 줄과 사람들과의 대화를 옮기기를 즐기는 줄.
   당신에게 가는 줄. 여기에 한 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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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줄에 걸려 광합성을 하고 있는 빨래들.
   그림자와 햇볓의 끊임 없는 자리 싸움.
   서로의 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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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이 골목길은 날 낚을려고 그렇게 무수하게 줄을 쳐 놓았나보다.
   나도 이제 하늘에 줄을 쳐 볼까 싶어.
   언제든 한 사람만 걸려 들어보라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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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0/13 14:20 2010/10/13 14:20

The Leatherman-Like Messograf Multi-pen

2010/10/13 14:02 Tag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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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다시피, 버니어캘리퍼스를 탑재한 메소그래프(Messograf) 펜이다. 제품디자이너라면 꼭 지참해야 할 필수 아이템!

 "I need that one!"


 

2010/10/13 14:02 2010/10/13 14:02

Electronic City

2010/10/12 1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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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0/12 12:58 2010/10/12 12:58

화랑대역

2010/10/11 12:58 Tags » , ,
화랑대역 : Hwarangdae Station


"딱!" 박한이가 선두타자로 나와서 2루타를 쳤다. 나도 모르게 TV 앞에 앉아서 두 팔을 벌리고 고함을 지르고 있다.
잠깐, 여기서 2시간 전으로 돌아가자. 어느 휴일과 다름 없이 아침 햇살이 내방 큰 창에 가득 찰 때 잠에서 깨어났다. 어제의 과음 때문인지 무거운 몸을 일으켜 비틀거리며 냉장고로 향한다. 시원하게 냉수를 벌컥벌컥 마시고 습관적으로 컴퓨터를 켠다. 하지만, 오늘 이 행동은 며칠 전부터 벼루고 있었던 간이역으로 피크닉을 가기 위해 위치를 확인하기 위한 것이었다. 모든 일은 순조롭게 흘러갔다. 다시 이불 속으로 들어가는 일과의례행위도 없었고, 아침밥을 챙겨 먹고, 씻고, 옷을 입고, 책과 카메라를 챙기고 나니 모든 준비가 완벽했다. 이제 단 한 가지 일만 남았다. TV를 끄고 나가는 일.
자, 다시 2시간 후로 돌아왔다. 박한이는 무사히 2루에 안착하고 기쁨에 손뼉을 친다. 관중도 푸른 물결로 장관을 이룬다. 고민은 이 순간이다. 플레이오프 3차전의 1회 초 공격의 순간, 그것도 첫 타자가 안타를 쳤다.

'아, 나가야 할지 말아야 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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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구보다 의지가 강했다. 현관문을 열고 밖을 나서고 지하철을 타고 화랑대역으로 간다. 머리 위 하늘은 아직 마르지 않은 푸른색 칠에 흰색의 물감이 떨어진 듯 구름의 끝이 퍼져 있다. 걸음걸이 정면으로 시원한 바람 한 줄기가 불어온다. 산책으로는 너무나 완벽한 조건이다. 도심 속 철길을 따라 걷다가 만나는 그 길의 끝에 화랑대역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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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이 작은 아담한 간이역에는 이미 몇몇 방문객들로 시끌버쩍하다. 역내에 모서리 한켠에 피아노를 치는 한 여인과 그녀의 반주에 맞춰 손뼉으로 장단을 맞추며 합창을 하고 있다. 그들의 노랫소리는 점점 높아지더니 이내 큰 박수소리로 그들의 노래에 화답한다. 마치 나를 환영한다는 인사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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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간이역은 스쳐지나는 것으로 일색이다. 잠시 나들이를 나온 가족들, 자기 연주솜씨를 뽐내려 말쑥하게 차려입고 피아노 곁을 맴도는 여인들, 간간히 괴성을 울리며 지나가는 기차들...단지 그 곳을 지키는 것은 몇장의 과거의 사진들과 처분될 물품들 뿐이다. 화랑대는 시한부의 삶을 맞이 했다. 올해 크리스마스 이브면 역으로서의 역할을 다하고 사라질 것이다.

오늘은 유난히 날씨가 좋다. 어느덧 가을이 나를 둘러싸고 있다. 이 계절 또한 스쳐 지나가겠지. 그리고 또 다른 계절이 오겠지. 그 계절이 올 때, 다시 이 역에 방문하리라. 이별의 슬픔을 숨기려 하얀 눈이 이 역을 감쌀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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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photograph by kenny


2010/10/11 12:58 2010/10/11 12:58

별걸 다

2010/10/08 0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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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적 동화 보물섬 해적선장 애꾸눈 잭은 안대가 오른쪽인지 왼쪽인지
만화 주인공 영심이를 좋아하는 남학생이 안경을 썼는지 안 썼는지
고깃집에서 내가 쌈을 먹을 때 쌈장을 바르고 고기를 얹는지
아니면 고기부터 얹고 쌈장을 바르는지 기억할 수 있을까
나도 모르는 날 일깨워 주듯이 볼 때마다 새로움을 주는 사람이라면
그 어떤 능력보다 소중하지요. 별걸 다 기억하는 남자

노영심'별걸 다 기억하는 남자' 중에서

2010/10/08 00:09 2010/10/08 00:09

If I had the wings.

2010/10/06 0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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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를 위해
무서운 밤과 싸웠어

그대를 위해
외로운 새벽을 견뎠어

차가운 빗속에서
그대 이름을 불렀어

무엇을 믿어야 하는지 알지 못했지만
나를 지켜온 것은 불확실한 믿음

돌아갈 곳도 없었지만
여기까지 오길 잘했어

서투른 사랑은 그렇게 자라나
수천 수백의 씨앗을 맺고
이제 세상은 금빛이 되어

더 이상 싱그럽지 않다해도
가장 아름다운 금빛이 되어


by 황경신  <Paper, 2000>



2010/10/06 00:35 2010/10/06 00:35

용산

2010/10/05 18:23 Tags » ,
용산 : Yongs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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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들은 쇼핑을 귀찮아한다."라는 명제가 7할은 참이다. 물론 3할에 속하는 소수는 쇼핑을 즐기고, 혹은 쇼핑 중독에 걸려 낮에는 백화점을 돌다가 저녁에는 집에 돌아와서 컴퓨터 즐겨찾기를 열어 밤새 인터넷 쇼핑을 하는 남자들도 존재 할 것이다. 일반적인 관념으로 돌아가서 과반수가 넘는 남자들의 성향은 "쇼핑을 귀찮아한다."이다. 이렇게 참인 명제가 가끔 반전이 일어나는 곳이 있다. 바로 용산 전자상가이다. 전쟁 시 용산에서 마징가제트를 만들어 낸다는 루머가 있듯 용산에는 없는 것 빼고 모든 전자제품이 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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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에는 남자들의 소비형태도 많이 달라졌다. 외모에 집착하고, 디자이너 의류나 값비싼 피부 관리용 화장품을 사는 데 겁 없이 돈을 쓰고, 디자이너 체육관에 들락거리면서, 태닝을 하고, 끊임없이 자신을 다듬는 남자들이 늘어나고 있긴 하다. <GQ> 영국판이 남성을 위한 제품만 모아서 개최한 '남성들의 세계'라는 전시에 관한 <인디펜던트>에 영국의 작가 마크 심슨(Mark Simpson)이 기고한 글 중에 '메트로섹슈얼(metrosexual)'이라는 말을 썼다.
"예전의 일반 남성들은 기업의 입장에서 볼 때 도무지 소비의 즐거움을 모르고 사는 종족들이었다. 그들이 돈 주고 사는 것이라고는 기껏해야 맥주, 싸구려 담배 그리고 듀렉스(Durex) 콘돔 정도였다. 그밖의 것은 모조리 아내나 어머니가 알아서 산다. 소비지상주의 세상에서 그런 사람들에게는 더 이상의 미래가 없다. 그래서 그들은 메트로섹슈얼로 거듭났다." -1996년

남자들은 이제 더는 소비하는데 주저하거나 망설이지 않는다. 물론, 그 바탕에는 테크의 발전이 지대한 영향이 미치고 있다. 남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할 수있는 소비제품을 만들어 내는 데는 테크적인 제품만한게 어디 있겠는가. 이러한점에서 용산은 남자들의 소비 욕구를 충족하기에 완벽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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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또한 용산에 자료조사차 왔지만, 새로운 게임시디에 눈이 가고 새로운 랩탑 엑서사리에 손이 간다. 최신 기술 제품에 열광하는 사람들에 내가 속해 있다는 것을 부정하지 않는다. 2007년 6월 애플에서 아이폰을 출시했을 때 많은 사람들이 다른 사람들보다 먼저 사려고 노숙을 하는것도 마다하고 줄을 섰다. 남보다 앞서 아이폰을 샀다는 이유로 기념사진과 기쁨에 차 상기된 얼굴을 한 사람들조차 있었다. 그런 모습을 보면 남자들은 첨단 기술 제품을 사서 쓰는 데 일종의 경쟁의식을 느끼는 것처럼 보인다. 물론, 첨단기기가 남성만의 전유물이 아니며, 여성들도 남성과 마찬가지로 먼저 사서 쓰기 위한 경쟁에 동참하고 있는 추세이긴 하지만, 예쁜 러블리한 구두와 최신 테크를 장착한 전자기기 중에 하나를 골라야 한다면, 분명 여자들은 전자를 선택할 것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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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 여자들은 이렇게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백화점에서 여자친구 옷 사는데 동행하는 것은 곧 죽을 인상을 쓰면서 귀찮아하면서 용산에만 오면 장난감 가게에 들어선 아이마냥 정신을 못차린다고.
그렇다면, 남하당 박영진대표가 이렇게 말할 것이다.
"남자들의 아인슈타인에 대한 동경을 매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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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0/05 18:23 2010/10/05 18:23

세탁

2010/10/03 0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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짙은 브라운색의 인스턴트 커피 가루를 하얀 머그컵에 잔뜩 옮긴다. 몇 스푼이라는 숫자는 의미 없다. 그저 머그컵의 밑바닥이 보이지 않을 만큼 퍼 옮겨 담는다. '치이익~' 주전자의 주둥이에서 연기를 뿜어대고 있다. 주전자의 손잡이를 살짝 건들어본다. 늘 잡는 손잡이인데 매번 겁을 먹고 미리 한번 건들어 뜨거운지 확인한다. 언제 겁을 냈느냐며 자신 있게 플라스틱 손잡이를 잡고 머그컵에 기울인다. '또르르~' 물의 양도 대충 없다. 머그컵에 넘치지 않을 만큼 가득히.
...

뭔가 집중이 필요할 때면 늘 이렇게 커피를 타는 의식부터 치른다. 누구한테 배웠길래, 이렇게 고약한 습관이 든걸까. 스멀스멀 오르는 연기를 후후 불고선 한 모금 마신다. 모든 잡념의 알갱이는 툭툭 터져 사라지고 머릿속은 하얗게 깨끗이 표백되어진다.


Song : 하우스룰즈 & 엔느 - 에스프레소


2010/10/03 00:11 2010/10/03 00:11

2·28기념중앙공원

2010/10/02 01:20 Tags » , , ,
2·28기념중앙공원 : 228 Central 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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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대구를 사랑하는 이유 중 하나를 말하자면 곳곳에 공원이 있다는 걸 꼽을 수 있다. 공원답게 큰 스케일로 위엄을 떨치는 두류공원도 있지만, 무엇보다 자연이 필요한 곳, 강남 부럽지 않은 몸값 높으신 번화가 부지에 자리 잡은 '2·28기념중앙공원<국채보상운동공원>'이 대표적이다.
4·19의 도화선이 된 60년 대구 2·28 학생민주화 운동을 기념해 만들어진 이 공원은 그때 태어나지도 않은 젊은 커플들의 데이트 장소로 전혀 다른 의미로 그들이 만들어 놓은 민주주의 역사 안에서 자유롭게 애정행각을 하고 있다. 또한, 연말이 되면 달구벌 대종 타종의식을 보기 위해 수많은 인파가 몰리기도 한다. 그만큼 군집하기 좋은 완벽한 로케이션으로 중심지의 공원은 다양한 행사로 시내로 나들이 나온 이들에게 작은 여유를 베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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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이 더 애착이 가는 것은 시내에서 집으로 가는 버스를 타려면 이 공원 앞 버스정류장을 이용해야 했었다. 단지 그 이유일 뿐일까. 글쎄, 뚜렷한 이유를 댈 수는 없지만, 그냥 느낌이 그렇다. 시끌버적한 하루를 마감하고 집으로 가는 길에 나를 배웅해주던 풀냄새의 다정함이라면 얼추 이유가 될 수가 있을까. 에잇, 그건 억지다. 결론은... 모르겠다. 그냥 좋아.

훗.
산책이나 하자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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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0/02 01:20 2010/10/02 01:20

청년의 꿈

2010/10/01 1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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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속에 사람이 나인 것은 분명하다. 나의 한심한 기억력에도 어렴풋이 떠오르는 장면이다. 낯이 익은 작업실을 배경으로 찍힌게 대학교 때인듯하다. 그림자가 짧은 것을 보니 이른 아침은 분명하고, 엉클어진 머리를 보니 자고 일어나자마자 모닝 담배를 태우고 있는 꼬락서니이다. 가디건을 입을 걸 보면 계절이 여름은 아닌 적어도 가을이다. 사진 프레임 끝자락에 걸쳐 놓여진 가방을 보니 학교에 그냥 갈려고 했나 보다. 씻지도 않고, 신발을 구겨 신은 채, 가방만 들고 대학교 담벼락을 넘으려던 청년. 그가 나였다.

그깟 지각 한번이 뭐라고 저렇게까지 추잡한 모습으로 등교를 해야 했었을까. 기억을 더듬자면, 그렇다. 죽을둥 살둥으로 장학금을 받기 위해 치열하게 학교를 다녀야 했던 것이다. 군대를 제대하고 복학하고선 친구 녀석 집에서 하는 식당에서 아르바이트해서 버는 돈이 전부인 나에겐, 사립대의, 그것도 미대의 학비는 너무나 큰 부담이었다. 물론, 누나가 남의 머리를 잘라주며 번 돈으로 모자란 학비를 꾸역꾸역 채워주긴 했어도 그 돈이 여간 마음이 편치 않았다. 이 사진 속 청년은 늦잠을 잤나 보다, 그리고 첫 수업의 시작에서 "네!" 이 한 단어를 외치기 위해 담장을 넘었을 것이다.

그때의 그 청년의 꿈은 무엇이었을까? 그는 무엇을 향해 달렸을까? 그때의 꿈이 무엇이든 그는 행복했을 것이다. 적어도 같이 꿈을 바라보는 사람이 있었기 때문에.



Song : 이혜민 - Always you


2010/10/01 14:26 2010/10/01 14: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