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stroll in Melbourne Part 3 ; Melbourne / 맬번

2009/12/13 00:02 Tags » , , , , , , ,
A stroll in Melbourne part 3


사용자 삽입 이미지

 무슨 좀비의 피가 내 몸에서 흐르는 것도 아닐 텐데 밤만 되면 거리로 나와 방황하는 꼴이라니. 몇 시간을 목적 없이 걷다 보니 목이 마르기 시작하고 아킬레스건이 끊어질 듯 아파져 온다. 이럴 땐 거품이 잔뜩 올라온 맥주 한잔 생각이 간절해진다. 이 늦은 시간에 혼자서 맥주를 느긋하게 마실 수 있는 최고 장소는 역시 카지노밖에 없다. 생각이 뇌 끝에 달하자마자 벌써 카지노에 도착한다.
 
 맡겨놓은 자루를 찾으러 가듯 당당한 걸음걸이로 카지노에 들어선다. 제일 먼저 눈에 띄는 데크에서 100불을 꺼내 칩으로 교환하고 5불짜리 칩 하나를 청바지 주머니 깊숙이 숨겨둔다. 이런 행동은 도박이 아니라 게임을 즐기기 위한 나만의 룰이다. '잃던 따든 95불은 게임을 즐기고 손아귀에서 모든 칩이 사라졌을 때는 미련없이 5불 칩으로 맥주 한잔을 마시고 자리를 일어서자!'라는 나와의 약속이다.

 블랙잭을 한 덕에 칩들은 금세 내 손아귀에서 사라져 버리고 5백 원짜리 동전크기의 5불짜리 칩 하나만 덩그러니 남아있다. 최소 배팅이 15불인 데크였으니 여섯 판을 내리 잃은 것이다. 그것도 15분이 안 되는 시간 안에. 포키에서 남은 5불을 탕진하고서야 바(Bar)로 가서 맥주를 주문한다. 오락실의 묘미는 하는 것도 재미지만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거품이 잔뜩 오른 맥주잔을 들고 바카라, 룰렛, 포커 순으로 한 바퀴를 돌고 나니 술잔도 바닥을 보이고 슬슬 피곤이 몰려오기도 한다.
   
 카지노를 나와 플린더스 산책로를 걷는다. 인적도 드문 이 거리는 방금 청소차가 지나간 것처럼 깨끗하다. 내 주머니도 깨끗해졌고, 거리도 깨끗하니 한결 내 마음이 청결해진 것 같다. 돈을 잘 버는 법을 고민하기보다 잘 쓰는 법을 아는게 중요한 것이다. 더 이상 야간 음주는 삼가해야 할 듯 싶다. 내일은 꼭 아침 일찍 일어나 미술관에 들러 미처 돌아보지 못한 이집트관을 관람할 테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photograph by Kenny

사용자 삽입 이미지
photograph by Yulia


2009/12/13 00:02 2009/12/13 00:02

Trackback » http://www.odystoy.com/tc/Kenny/trackback/303

[로그인][오픈아이디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