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ading Books

2010/09/13 0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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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새벽, 지난 밤에 열어둔 창문 넘어 선선한 바람이 불어온다. 아직 여름의 열기가 가시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9월이 되면 어쩐지 긴 숨을 내쉬고 조금은 느린 호흡으로 여유를 부리고 싶어진다. 옛 여자 친구와 닭살 돋게 주고 받았던 미처 처분하지 못한 편지들을 다시 꺼내 읽거나, 다사다난했던 일들을 담은 여행 일지 중의 한 단락에 빠져 다시 그때 그곳으로 가기도 한다. 이처럼 한량한 날씨 때문에 몸은 게을러 썩어 빠졌을 지언정 정신은 자꾸 무슨 바람이 난건지 자꾸 방랑하게 된다. 오늘 같은 비오는 일요일 오후에는 그 역마살이 정점에 오른다. 게으른 몸은 방바닥에 찰싹 달라붙어 꿈쩍 되지 않고 이미 어디론가 줄행랑치고 사라진 머리는 남해 어느 한적한 곳을 거닐고 있다. 그러다가 방구석 한켠에 이사올때 미처 풀지 못한 라면 박스에서 낡은 먼지 향기가 흘러나온다. 그것은 오래된 나무향기 같기도 하고 산길의 흙냄새 같기도 하다. 무슨 개마냥 킁킁대다가 궁금증에 박스를 열어 보니 초콜릿 빛으로 바래어 손가락 벨 힘도 없어 보이는 책들로 가득하다.

그 책들 중 하나를 꺼내어 읽어본다.
...

그렇게 한가로운 일요일이 지나간다.


2010/09/13 01:12 2010/09/13 0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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