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명항 part 2

지금 생각나는 건, T-pain과 그의 친구들이 외쳐 되던 "I am on a boat!". 그래, 우리는 지금 보트 위에 있다. 하지만, 날렵한 돛도 없고 아늑한 선실도 없다. 그렇다고, 옅은 갈색의 원목으로 만든 선텐 의자가 놓여진 화려한 선상 위도 아니다. 아무렴 어떠한가. 배를 탄다는 것, 그 자체가 대구 촌놈에겐 새로운 세계로 나가는 문이 되는걸.
챙이 달린 모자 밑으로 환한 웃음을 짓고 있는 선장님이 우리를 맞이한다. 큰 키에 무릎까지 올라오는 고무장화를 신은 모습이 누가 봐도 뱃사람이다. 인사도 나눌 겨를 없이 주황색 구명조끼를 건네신다. 군데군데 낡고 해어진 두툼한 구명조끼를 입고나니 제법 배를 탄다는 게 실감이 난다.
'자, 나가 볼까~'

선장님을 따라 부두로 나간다. 좁은 부둣가에 페인트가 벗겨진 낡은 배들이 엉성하게 옆구리를 맞대고 있다. 유치원 선생님을 따르는 어린이처럼 종종 걸음으로 걷다가 선장님의 손가락이 가리키는 배 위에 오른다. 뱃머리에 모여 출발하기를 기다리는 우리는 한껏 들떠 있다. 우리들의 항해에 관한 간절한 눈빛을 선장님은 읽고선 거친 엔진을 돌린다. 하얀 물거품이 일어나더니 배는 바다로 미끄러져 나간다.
"오~ 출발!!!"

어느 정도 나아갔을까, 거친 숨소리를 내며 돌던 엔진은 멈춰지고 세제 거품처럼 피어오르던 하얀 물거품도 가라앉기 시작한다. 배낚시라고 해서 우아하게 낚싯대를 휘어 던져가며 팔뚝만한 참돔을 잡아 올리는 상상은 보기 좋게 어긋난다. 선장님은 우리에게 저울과 같이 양쪽에 추가 달린 물건을 건네주신다. 그리곤 추에 달린 낚싯바늘에 지렁이를 끼우신다. 지렁이의 입을 관통해서 들어간 낚싯바늘은 은빛 날카로운 날이 보이지 않을 만큼 깊게 숨는다.
'이 지렁이가 물어올 물고기가 과연 있을까.'

미심쩍은 마음도 꽤 무게 나가는 추와 지렁이를 문 바늘과 함께 달아서 바다 밑으로 내려 보낸다. 연을 하늘에 날려 보내듯 말려진 줄을 빙빙 돌려 풀면 납추의 무게로 자연스럽게 바다 속으로 빨려 들어간다. 쿵, 하고 묵직한 느낌이 드는게 바다 바닥의 모래에 무사히 안착을 했나 보다. 잔잔한 파도는 긴장되어 탱탱하게 선 낚싯줄을 툭툭 건드린다.
'과연, 내게 잡히는 식탐 많고 어리석은 녀석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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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도가 치는건지 물고기가 바늘을 물고 흔드는건지, 미세한 요동에 그냥 줄을 당겨 끌어올린다. 점점 선명해지는 추와 그 끝에 달려 흐늘적거리는 물고기! 아, 내가 잡은 것이다. 아니 그냥 와서 물렸던 것이다. 이후로 추를 내리는 족족 두 개 혹은 하나씩 물려 올라오곤 했다. 30분이 채 지나지 않았는데, 친구 두 명이 뱃멀미로 선상에 새우등을 하고선 눕기 시작한다. 눈치 빠르신 선장님은 우리가 곧 뱃머리를 돌릴 것을 예상하셨는지 물고기를 담은 큰 통에서 오렌지빛의 멍게를 꺼내시더니 쓰윽쓰윽 칼질을 하신다.
소주 한잔을 들이키고선 미리 준비한 초장에 멍게 찍어 입 안으로 밀어 넣는다.
"캬아~ 죽이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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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로서는 처음 떠나는 배낚시였다. 낚싯대 없이도 낚시를 할 수 있다는 것에 흥미로웠으며, 그냥 지렁이를 끼워 내리기만 해도 바늘을 덥석 무는 식탐 많은 가재미가 그렇게 많은지도 이제야 알았다. 사실, 이 배낚시는 낚시꾼의 실력보다는 선장의 실력에 따라서, 그날의 선장이 물고기의 흐름을 읽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아침에 이미 바다에 나가서 낚시를 하셨다며, 그때 잡은 물고기를 우리가 잡은 물고기에 몰래 얹혀 주시는 선장님의 따뜻한 마음도 첫 배낚시의 멋진 경험이었다.


All photograph by ken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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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dmport.co.kr/2010/ma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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