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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악산 part 3 / 강원도

2010/12/02 13:11 Tags » , , , , ,
설악산 part 3 :  Mt. Seorak Ulsanbawi(Ro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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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 바위에서 한 숨을 돌리고 나니 조금은 살 것만 같다. 중년의 불륜스러운 커플의 사진사가 되어 그들의 닭살스런 애정행각도 단 한 번의 구토도 없이 참아내기도 한다. 친구들이 올라갈 채비를 하고선 그런 나를 물끄러미 쳐다보고 있다. 사실 꽤 십여분 동안 그들은 그렇게 나를 보고 있었다. 오랜만의 산행이라서 더 이상은 무리라는 생각에 그냥 여기서 그들을 기다리겠노라고 선언을 하기 전까지 말이다. 그들에겐 구차한 변명인게 분명하다. 그리고 맘대로 하라는 식의 반응까지 보인다.

'어, 한번은 꼬드겨 봐야 하는 거 아니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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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그래도 넷이서 한 여행인데 다 함께 올라가야지, 하는 마음으로 가방을 들쳐 멘다. 엄홍길 대장과 같이 든든하게 맨 앞서서 오르기 시작하는 박가 친구를 시작으로 이놈이 과연 허리가 아픈 녀석일까, 하는 의구심이 드는 김가 친구, 아직 100kg에는 아주 미세하게 쪼끔 모자란 몸을 이끌고 오르는 송가 친구, 그리고 내가 젤 뒤에 붙어 따라 오른다.

이제껏 오른던 길과 차원이 다르다. 번번이 바위를 밟고 올라야 하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저 멀리 보이는 붉은색 철계단은 마치 하늘을 올라가는 계단처럼 수직으로 뻗어 있다. 그리고 앞서 가던 친구들이 그 철계단 앞에 모여 있다. 박가 친구가 고소공포증 때문에 망설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원래 하얗던 박가 친구의 얼굴이 더 새 하얗게 변해있다. 우리들의 걱정에 그는 흔들바위로 내려가서 기다리겠다는 말을 남기고 돌아선다. 그것도 그럴만한 것이 이 철계단은 두 발로 걷는다기보다 양손과 양발로 고양이가 계단을 오르듯 엉금엉금 오르게 된다. 아찔한 공포심 때문에 숨을 더 거칠게 몰아 쉰다.

이런 내가 부담스러웠는지, 아니면 자주 멈춰 서는 앞사람들에게 내가 화를 낸다고 오해를 하셨는지, 두세 걸음 앞에서 서서 숨을 고르시던 아주머니가 동행분들한테 내 앞길을 열라고 소리치신다.  

"거기 뒤에 총각 올라오는 길 좀 터줘. 당신들 때문에 저 총각이 답답해하잖아."

안 그러셔도 되는데, 아주머니의 오지랖이 원망스럽기만 하다.

'아이고, 아주머니 저도 죽겠어요. 이 거친 숨소린 저 죽겠다는 소리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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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덜거리는 다리를 진정시키고자 잠시 바위틈에서 휴식을 취한다. 등을 돌려 앉자 저 멀리 산 꼭지들이 나와 같은 눈높이를 하고 있다. 산들은 푸른 하늘에 젖어 은은하게 농담되어간다.

아~~~, 하고 소리치면 나의 목소리도 점점 약해져서 사라질 것 같아. 확 뛰어들어, 저기로 빠져들어 가면 내 몸이 알알이 쪼개어져서 분산될 것만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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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고있는 가파른 철계단의 손잡이는 고드름처럼 차다. 장갑 하나 없이 미끄러운 운동화에 청바지 차림으로 이런 험한 산을 오르다니, 참 무모하기만 하다. 짧은 인생에서 참 많은 무모한 도전 중에 하나로 꼽혀질 이번 등산은 나에게 또 한 번의 가르침을 준다. 해보지도 않고 포기하기보다는 움직여 보라고.

"한번 해봐, 겁내지 말고 해보란 말야. 우선, 해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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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의 환호 소리가 가까워지고 그 소리가 선명해 질수록 나의 발걸음도 바빠진다. 그리고 오르는 정상! 그곳에서 내려다본 산 아래에 어제 묵었던 리조트도 보인다. 불과 몇 시간 전만 해도 저기서 여기를 보고 있었는데, 지금은 반대의 상황이라니 신기하기도 하고 뭔가 모르게 짜릿한 성취감도 느껴진다.

"오~ 정상 도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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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명의 친구와 내가 기념사진을 찍는 사람들에게 밀려 올라오는 입구에 섰을 때 우리 모두 깜짝 놀랬다. 박가 친구가 하얀 얼굴을 들이밀면서 정상까지 올라 온 게 아닌가. 분명히 등을 돌리고 내려갔던 친구가 어떻게 이렇게 빨리 다시 올라왔는지. 아무튼, 첫 산행길에 오른 남정네가 모두 울산바위를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찍는다. 물론 박가 친구도 함께 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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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photograph by ken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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