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yde Park
햇살이 창문을 통해 스며드는 토요일 아침은 늘 평화롭기 마련이다. 이런 날에 가만히 29층 아파트 위에서 시간을 낭비할 순 없어 모자를 눌러쓰고 길을 나선다.
'뭐, 어디로 가야 할지 고민할 거 없지. 그냥 발길 닿는 데로 가자.'시드니 시티의 가운데에 있는 넓은 공원으로 자연스럽게 발길이 향한다. 'Hide park'라 불리는 이곳은 초기 이주했던 영국인들이 'Hide park'가 그리워 만든 곳이라나 뭐나. 불연 듯 광화문 돌담길이 그리워지는군.
아치볼드 분수 뒤로 넘어 보이는 세월의 주름을 가진 노인의 경의가 느껴지는 세인트 마리 대성당(St Mary's Cathedral)은 우뚝히 서 있다. 마침 들려오는 종소리에 맞춰 분수에서 물줄기가 춤을 춘다.
'캬~ 멋져.'아치볼드 분수는 가장 인기는 사진촬영 장소임이 틀림없다. 내가 사진을 찍으려고 사진기를 들이대면 꼭 앵글 속에 누군가가 서 있기 때문이다.
난 공작꼬리 같이 뻗어 나오는 저 분수 물줄기가 아름다워 한참을 지켜보고 있는데 누군가 나를 부른다.
'실례하지만 사진 좀 찍어 줄래요?'
다름 아닌 독일인 커풀이다. 그래, 혼자 온 내가 졌다.
녹색의 향연이 펼쳐진 공원에는 누워서 음악을 듣거나 책을 읽는 낭만 문학소년, 소녀들이 차지하고 있다. 눈을 살짝 아래로 깔고 책에 빠져든 그녀, 곧 잠들 태세이다. 풋!
공원에서 보이는 저 키다리 타워는 물론, 시드니타워이지만 별로 흥미롭지 않아.
공원을 거닐다 보니 허기가 느껴진다.
'아, 도시락을 싸는 것을 깜빡했군.' 허기를 이겨가며 더 둘러보기로 마음먹고 방황하다 Queens Square, Macquarie St.에 있는 배럭스 박물관에 발길이 멈춘다. 입구 앞 키오스크를 살펴보니 1891년에 설립된 유형소란다. 주립 음악학교를 설계한 죄수 출신 건축가 프란시스 그린웨이가 설계했으며 식민지 시절부터 현대까지의 병영역사가 전시되어 있다는데 무엇보다 충격적인 것은 입장료가 10불이나 된다는 것.
'제길!'
살짝 내부를 구경할 모양으로 들어서자마자 어린이들이 체험하고 있었다. 잔뜩 겁에 질려 있는 그들의 순수함에 웃다가 교관 옷을 입은 여자에게 눈초리를 받는다. 가게 앞 진열된 음식을 몰래 훔쳐 먹고 들킨 사람처럼 눈을 둥그레 뜨고서 그녀의 눈치를 살피다가 난 잘 못 없다는 듯 어깨를 들썩여 주는 센스를 발휘한다.
아...집에 가야 할 때가 된 것 같군. 근데 얼마나 걸어온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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